밥은 잘 먹고 다니니?
몸 아픈 데는 없니?
많이 바쁘지?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면 항상 같은 질문을 하신다. 이전 통화와 별 다를 바 없는 질문이지만 요즘 이 세 문장 속의 무게를 서서히 깨닫게 된다.
네.
네 별일 없어요.
네.
매번 같은 답변을 무뚝뚝하게 하고는 다음의 안부전화를 기약드리며 전화를 끊는다. 살가운 말투가 왜 그리 어색한지. 2020년 올해는 좀 더 살갑게 전화를 드려야겠다.
살면서 큰 도움을 받았던 지인분(이하 J님)을 만났다. 언제나 나에게 긍정의 에너지와 자극을 주시는 그런 분. 계속 J님을 택배 추적하듯 꾸준히 트래킹(tracking) 해야겠다. 어디 있고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요즘 용어로 하면 팔로우(follow)가 맞겠다.
J님은 <트렌드 코리아2020>에서 발표한 업글인간 (업그레이드 인간)의 벤치마크 모델 같다.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는 그것을 실행에 옮겨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매년 그렇게 업그레이드된다. 프로젝트는 매번 다른데 어딘가 맥락은 같으니 참으로 기묘하다. 그런 J님의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
요즘 어떤 프로젝트를 하십니까?
D : 요즘은 어떤 프로젝트하세요?
J : 어떤 프로젝트를 합니다.
가볍게 안부를 묻고 본격적인 근황토크에 들어갔다. 식상한 나의 질문에 예사롭지 않은 답변에서 벌써부터 느껴지는 유쾌함. 이런 게 바로 의외성의 즐거움 아닌가. J님이라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들었을 법한 질문이었을 듯, 그러고 보니 나도 J님에게 던지고 있던 질문이다. 이런 유쾌함이 소비자를 관통했나보다. 와디즈에서 200여 개의 펀딩에 성공했다. [와디즈 링크]
누구나 한두 개쯤의 목표를 마음속에 품고 다닌다. 목표를 생각한 사람(A), 하지만 목표를 적고 다니는 사람(B)은 소수이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사람(C)은 더 소수이며, 그걸 성공시키는 사람(D)은 더 소수다. 성공의 척도는 개인마다 기준이 달라 논쟁의 여지가 있으니 패스.
(A)에서 (D)까지 가는 길은 A, B, C, D 알파벳 2글자 차이지만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어떠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일까. 이것을 어떤 공식화하여 체크리스트 화 할 수는 없을까.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A에서 B까지고 오지도 못하고, B에서 C까지 오는 데는 왜 그리도 힘든 것일까. 멘토가 있다면 좀 다를까.
여러 자기 개발서에서 말하는 꿈을 이루는 공식들(<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R=VD>)이 존재는 하지만 나의 경험상 R=VD 만으로는 꿈이 이뤄지진 않더라. 실행에는 더 강한 에너지가 필요하더라.
매일 만나는 365개의 글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면 달력 숫자가 찍혀있는 이면 메모지가 가지런히 도 잘라져 조그마한 박스에 쌓여있었다. 동네 미용실, 동네 부동산에서 줬을 법한 뜯어 쓰는 달력, 이것을 일력이라 부르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걸로 비행기도 접고 배도 접고 그림도 그리고 했던 일력에 대한 추억이 있다.
J님이 선물해주신 일력에는 책 속 구절 한 문장이 담겨 있다.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용기를,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문구.
한지로 한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여있을 법한 고급스러운 색감.
얼핏 보고는 문장수.. 어쩌고 저쩌고라는 작가가 있는 줄 알았다. 서로 다른 직종의 4명의 남자가 매일 같이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문구를 공유하고, 이러한 문장들이 쌓여 달력이 되었다. 그러서 '문장수집남'이다.
J님이 이것을 매일 한 장씩 뜯어서 사용하라고 사용법을 알려주셨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뜯지. 뜯으면 지저분해질 텐데, 이런 우려를 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뜯기 쉽게 절취선도 있다.
심지어 중간 절취선이 있어 이렇게 반으로 접고 뜯어 누군가에게 문구를 선물할 수 있다. 이거 너무 좋은걸. 오늘 문구는 누구에게 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이 글을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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