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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공학과 공대 대학원생의 하루..

대학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최근 느꼈습니다.
오래전부터 대학원 연구실 생활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무지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기분은 언짢았지만, 다른 사람의 시각은 이렇구나 하는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였습니다.
허나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하기에 이제는 말을 하고 다니려고 합니다.

오늘도 우리 연구실에서 땀흘려 노력하는 연구원들의 노고가 이런 무지한 이들에게 잘못 읽혀지는 것이 속상해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저도 연구실 안에 있는 '우물안 개구리'라 제가 속한 집단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이니 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을 터이니 추가 정보는 댓글이나 트랙백을 놀이를 이용해주세요.


첫째, 대학원에서 바쁘다는 것은 핑계다!?
말도 안되지요. 같은 공대라도 바쁘지 않은 연구실도 있습니다. 방학 내내 불꺼져 있는 곳도 있지요. 하지만 무척 바쁜 연구실도 많습니다. 주 5일제도 아니고 주 6일제로 매일 출근해야 하고요. 저 같은 경우 매일은 아니어도 6일중 4번 이상은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에 출근, 저녁 11시에 퇴근 입니다. 막차가 끈겨 택시를 타고 간적도 많았고 거의 막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루에 5시간에서 6시간 정도만 자는 경우가 대부분 이고요.

공대가 아닌 타학과 대학원은 친구 말을 들어보니 상대적으로 공대보단 바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타과 대학원을 나오고서, 혹은 공학 교육대학원을 나오고서 대학원은 바쁘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단세포 같은 생각이지요.

프로젝트가 돌아가면 제안서, 보고서, 논문작성, 특허작성, 알고리즘 개발, 프로그래밍 이 모든 것을 분담해서 반복적으로 작업 해야합니다. 한 연구실에서 한개도 돌아가지 않는 연구실도 있지만 1~2 개는 기본적이고 교수님이 욕심을 내시면 더 많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연구실은 3개의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에는 주로 논문을 봅니다. 일단 일주일에 1~2번 세미나를 파워포인트로 준비해야하고, 방학땐 일주일에 3번 세미나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간혹 1인이 세미나 발표만 1시간 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별 연구 논문도 작성해야 하고요. 졸업때 까지 1편만 쓰고 졸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연구실 성격에 따라 2~3편에서 10편 넘게 쓰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쓴 제 1 저자 논문만 말입니다. 참여 논문으로도 많이 씁니다. 제 1 저자의 실험을 도와주거나 프로그래밍을 도와주고 기여도가 높은 논문도 포함됩니다.

여기다가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원생들은 영어점수도 따놔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하니 새벽에 영어학원까지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어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습니다. 하루 평균 연속 4~5시간 정도를 앉아 있다보니 운동량 부족으로 배가 자꾸 나와 운동도 다녀야 합니다. 운동을 한다면 7시 퇴근후 가지요. 하지만 연구가 한창일 때는 만사를 제치고 몰두해야 합니다. 이렇게 2년을 보내고 석사학위를 받습니다. 과정 중에 눈물나게 힘든 날도 많고 눈물나게 기쁜 날들도 많습니다.


둘째, 대학원 나와서의 진로..
공대 석사학위의 경우 삼성, LG 를 비롯한 대기업 입사시 2년차로 인정, 일반 신입보다 2년 빠르게 승진합니다. 박사는 바로 과장급으로 입사합니다. 연구실에 있다보면 삼성이나 LG 의 경우 선임연구원급 이상이 와서 즉석에서 물어봅니다. 산학 하실 박사과정분 있냐고.. 산학제도라고 해서 대기업 측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를 대주고 졸업후 자사로 입사한다는 조건입니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일 순 없습니다. 삼성 입사시 치뤄야 하는 SSAT 시험도 보지 않고 바로 입사합니다. ETRI 연구소나 국방과학연구소로도 갑니다.


셋째, 연봉은 얼마나
역시 뭐니뭐니해도 다들 궁금증은 연봉입니다. 잘 밝히려 하지 않지만 밝히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인터넷에 다 공개된 내용이기도 하고요. 공대 대학원 졸업후 대기업에 가면 석사급이 연봉 3400 ~ 3600 정도로 시작합니다. 박사는 과장으로 입사하여 연봉 4~5000 급입니다. 여기서 개인차와 사업부에 따른 차이는 있습니다.

공대가 산업을 받쳐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영 쪽에서 뛰어난 경영자가 많이 나온다고 산업이 움직이고 제품이 나오진 않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경영자가 더 많은 득을 가져갑니다. 그래서 많이들 경영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국은 직종별 연봉 순위에서 공학 분야가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고 경영 쪽은 하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공학인이 아이템을 만들어서 사업화 하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키워가는 게 순서이지요. 그러면 공학인이 가장 큰 돈을 벌고 영입된 경영자는 주식과 월급을 받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반대이지요.

설명드린 이 회사는 현 시가총액 약 144조원의 구글(Google.com)입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 을 약 1조 6천억원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 수없이 모델이 되고 있고 벤치마킹이 되고 있지요. 컴퓨터학괴에서도 역시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모두 스탠퍼드 컴퓨터 과학과 석사 출신입니다.
석사 졸업 논문으로 쓴 아이템이 구글 검색엔진의 시초였으며 박사 과정에 진학했는데 사업이 너무 커지자 잠깐 휴학한 것이 지금에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 역시 일리노이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입니다. NHN(Naver.com) 이해진 사장 역시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이며 다음(Daum.net) 이재웅 사장 역시 컴퓨터학과 출신입니다.

최근 진대제 펀드를 투자 받은 '올라웍스' 류중희 사장 역시 카이스트 전자과 박사 출신입니다.

뛰어난 경영자만 있다고, 뛰어난 디자이너만 있다고 해서도 안됩니다.
어느 하나 빠질것 없이 같이 조화를 이루어 움직여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공학인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나라 경제의 핵심 인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